노동판례 | “건설시공 주도하면 ‘발주자’ 아닌 ‘도급인’” 대법원 첫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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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4-12-26 17:09 조회131회 댓글0건본문
인천항만공사 사망사고 최종 안전책임은 법인·사장에 … “관리 권한·행사 정도에 따라 도급 여부 판단해야”
법원이 공사 발주자를 도급인으로 인정하고 산업안전보건 책임을 강조한 첫 판결을 내놨다.
대법원 2부(재판장 박영재)는 11월14일 인천항만공사 갑문 정기보수공사를 하다 노동자 ㄱ씨가 추락사한 사건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공사와 최준욱 공사 전 사장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인천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공사와 최준욱 공사 전 사장은 갑문 정기보수공사 시공을 주도해 총괄·관리하는 자로 건설공사 발주자를 넘어 수급 사업주와 동일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담하는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이라고 판시했다.
인천항 갑문 공사 중 안전조치 미비로 노동자 추락사
사건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사는 그해 인천항 갑문 정기보수공사를 22억1천975만7천원에 ㄴ·ㄷ 주식회사 등에 도급 줬다. 같은해 6월3일 오전 8시15분께 갑문 정기보수공사 현장에서 ㄴ주식회사에서 일하던 ㄱ씨는 갑문 상부에서 윈치를 이용해 18미터 아래 갑문 하부 바닥으로 H빔 같은 중량물을 내리는 작업을 하다가 인근 윈치 프레임이 전도하는 바람에 갑문 아래로 추락해 현장에서 사망했다.
검찰 조사 등에서 다량의 안전조치 미이행 사항이 드러났다. 우선 추락 위험이 있는 2미터 이상 높이에서 작업하는 노동자에게 안전대를 착용시키고 안전대를 안전하게 걸어 사용할 수 있는 부착설비를 설치하지 않았다. 중량물 작업시 안전대책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도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도 중대재해 정기감독 결과 △전도방지 조치 미이행 △안전난간 미설치 △밀폐공간 공기호흡기 또는 송기마스크 미비치 △밀폐공간 작업 프로그램 미수립 등이 드러났다.
엇갈린 1·2심, 대법원은 개정법 취지 주목
쟁점은 누가 최종적인 안전보건관리 총괄책임자냐는 대목이다. 1심 재판부는 공사와 최 사장이 도급인으로 안전보건관리 총괄책임을 진다고 봤다. 반면에 2심은 공사가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공사자격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건설공사 발주자라고 해석했다. 건설공사 발주자란 2019년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 신설된 조항으로 법률상 건설공사를 시공할 자격이 없거나 인력·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경우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판단과 달리 관련 자격 유무보다 실질적인 관리 역량을 보유했는지를 따졌다. 대법원은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한정적으로 인정하고 의무 위반도 제한적으로 형사처벌한 기존 법규에 비해 의무 인정범위를 확대했다”며 “도급사업주 책임을 강화해 산재를 예방하기 위한 입법적 결단”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공사 과정에서 유해·위험요소에 대해 실질적 지배·관리 권한을 갖고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행사한 실질적 영향력 정도와 도급 사업주의 전문성, 시공능력을 종합 고려해 (도급인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사, 건설자격 없지만 관리 능력은 인정”
재판부는 공사가 건설자격은 없지만 공사 관리 능력은 넉넉히 인정된다고 봤다. 우선 공사 자체가 갑문을 비롯한 항만 유지관리를 목적으로 설립된 점, 갑문 보수공사의 설계·시공·감리 등 준공 전 과정을 기획하고 설계도면도 직접 작성한 점, 수급업체의 보수공사 공정률을 매주 점검하고 설계도면을 변경한 점, 갑문 운영·관리와 시설물 유지보수를 주업으로 하는 전담부서를 둔 점, 정부와 체결한 관리위탁 계약에 안전성 확보·유지가 내용인 점, 4개 년 보수계획을 수립해 시행한 점 등이 인정됐다.